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 -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

홈 > 에듀뉴스 에듀NEWS (edu뉴스) 교육신문 > 교육 Edu > 문화·생활
교육 Edu (28)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 -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

최고관리자   승인 2026.05.04 17:45

국회 토론회 현장 리포트 — 예술가의 실존을 증명하라는 제도 앞에서
2026년 4월 22일(수) |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 | 오전 10:00~13:00


예술가라는 존재를 행정 서류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 그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한 자리가 국회에 마련되었다. 4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예술활동증명, 현장의 언어로 묻다" 토론회는 단순한 정책 세미나가 아니었다. 이는 창작 현장의 절박한 언어들이 제도의 언어와 처음으로 진지하게 맞닥뜨린 공론의 장이었다.

토론회 현장사진 (출처: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토론회 현장사진 (출처: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 제도의 그늘, 숫자로 드러나다

진보당 손솔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주최하고 예술활동증명TF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후원하고 영상 인터뷰, 주제 발제, 자유 토론 순으로 구성된 자리에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과 정책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발표된 통계는 제도의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주었다. 2025년 기준 예술활동증명 신청자 66,456건 가운데 발급률은 31.0%에 불과하다. 신청자 10명 중 7명이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심의 소요 기간은 평균 3~6개월에 달해, 창작준비금·예술인 임대주택 청약·K-Art 청년창작자 지원 등 각종 복지사업 신청 마감이 심사 기간 중 줄줄이 지나가 버리는 구조적 타이밍 불일치가 고착화되어 있다.

"예술가라는 실존을 왜 행정 서류로 구걸하듯 입증해야 하느냐" — 현장 예술인, 설문 응답

토론회 현장사진 (출처: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토론회 현장사진 (출처: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 190명의 '반려된 목소리들'

예술활동증명TF 유림 씨는 "반려된 목소리들"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190명의 불인정 경험 사례를 분석해 제시했다. 사례들은 크게 세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대안공간·프린지페스티벌·온라인 플랫폼 활동이 인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활동 공간·형식의 미반영'(35%), 디지털 계약·구두 합의·해외 활동 등 현장 관행과 요구 서류 간 불일치(28%), 그리고 구체적 사유 없이 '전문 예술 활동으로 확인 불가' 통보를 받는 심사 기준의 불명확성(20%)이 그것이다.

특히 협업 창작자의 실적이 참여 인원수로 분할 산정되는 '1/n 계산법'은 협업 중심으로 진화하는 현대 창작 환경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기준으로 지적되었다. 6인이 공동 연출한 공연은 1편이 0.16편으로 산정되어 기준 미달 처리되는 현실은, 현행 제도가 단독 저자·단독 연출가 중심의 낡은 창작 패러다임에 갇혀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인디 음악인으로서 꾸준히 큰 공연도 하고 작품도 꾸준히 냈는데, 이 정도 커리어와 증명을 함에도 예술가가 아니면 대체 누가 예술가인가요?" — 설문 응답 #168, 음악 분야

토론회 현장사진 (출처: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토론회 현장사진 (출처: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 780명의 현장 목소리가 말하는 것

TF 정안나 씨가 발표한 2차 설문 결과는 780명이 참여한 대규모 현장 조사였다. 응답자의 63.6%가 현행 심사 기준이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81.8%는 심사 기간이 예술 활동 및 경제 계획 수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81.2%는 SNS·유튜브·온라인 플랫폼을 공식 증빙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82%가 긍정했다. 예술인들은 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현장의 다양한 창작 방식을 포용하지 못하는 경직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들이 꼽은 1순위 정책 과제는 심사 기간 단축(389명)과 장르별 특수성 반영(381명)이었다.

토론회 현장사진 (출처: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토론회 현장사진 (출처: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 미술 작가들이 직접 겪은 반려 사례들

아래 사례들은 한국작가후원연대(KASC)가 수집한 현장 작가들의 실제 경험이다.

1. 사례 A · 서양화 작가 / 다중 반려 경험

"서양화와 다른 분류의 공예미술 전시가 섞여 있다는 이유로 반려됐습니다. 그래서 해당 전시를 빼고 다시 제출했더니, 이번엔 또 다른 이유로 반려. 처음부터 보완 사유를 전부 알려주면 한 번에 고칠 수 있는데, 매번 한 가지씩 이유를 대며 반려합니다. 완전 멘탈붕괴 시키는 시스템입니다."

·핵심 문제 : 동일 전시에 서로 다른 분야 작품이 섞였다는 이유로 반려하는 것은, 장르 혼합과 협업이 일상화된 현대 미술 현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판단이다. 보완 사유를 한 번에 안내하지 않고 한 가지씩 순차적으로 통보하는 방식 역시 신청자에게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반복 부담시키는 구조적 문제다.

2. 사례 B · 회화 작가 / 작가명·본명 불일치 문제

"세 번 떨어지고 포기했습니다. 한 번은 본명과 작가명이 달라 같은 사람인지 입증이 안 된다고 탈락했는데, 전시 계약서에 본명과 작가명을 병기했음에도 불구하고였습니다. 두 번째는 개인전을 진행한 갤러리가 음료도 팔고 미술수업도 해서 갤러리 정체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였고, 세 번째는 아무 이유도 설명 없이,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탈락이었습니다."

·핵심 문제 : 작가명(예명)과 본명을 병기한 계약서를 제출했음에도 동일인 여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예술 현장에서 작가명 사용이 보편적 관행임을 무시한 처사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는 갤러리를 '정체성 의심' 사유로 반려하는 기준 역시, 갤러리 생태계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특히 소명 기회조차 없는 즉각 반려는 행정 절차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사례다.

3. 사례 C · 설치 미술 작가 / 전시 기간 서류 불일치

"갤러리 측에서 개인전 기간을 원래 계획보다 늘려주었는데, 제출 서류에서 포스터와 전시확인서의 전시 기간이 서로 달랐다는 이유로 탈락했습니다. 작가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관람객을 만날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그게 탈락 사유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핵심 문제 : 전시 기간 연장은 갤러리와 작가 사이의 긍정적 협의 결과임에도, 사전 인쇄된 포스터의 날짜와 확인서 날짜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류 불일치 처리를 하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주의적인 판단이다. 현장의 유연한 운영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경직된 증빙 기준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토론회 현장사진 (출처: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토론회 현장사진 (출처: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 왜 미술 작가는 특히 불리한가

이번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와 KASC 수집 사례를 종합하면, 미술 분야 작가들이 예술활동증명 과정에서 특히 불리한 구조적 이유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1. 갤러리 정체성 심사라는 이중 부담

미술 분야는 전시 공간의 '공식성'이 증빙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카페를 겸한 갤러리, 복합 문화 공간, 팝업 전시, 유휴 공간 활용 전시는 모두 갤러리 정체성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반려 위험에 노출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과 활동뿐 아니라 전시 공간의 운영 방식까지 입증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진다.

2. 협업·그룹전의 1/n 실적 분할

그룹전, 기획전, 앤솔로지 형태의 공동 전시에 참여할 경우 실적이 참여 작가 수로 나뉘어 산정된다. 현대 미술에서 협업과 집단 창작은 하나의 방법론임에도, 제도는 이를 개인 실적의 희석으로 처리한다.

3. 작가명(예명) 활동의 증빙 어려움

미술계에서 작가명 사용은 보편적 관행이다. 그러나 계약서·포스터·입금 내역에 작가명과 본명이 혼재할 경우 동일인 증빙 요구가 반복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반려된다.

4. 온라인·SNS 기반 작품 활동 전면 불인정

인스타그램, 아트 플랫폼, 온라인 갤러리를 통한 작품 발표와 판매는 공식 증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반의 창작과 유통이 확산된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다.

5. 심사 기준의 불투명성

개인전 1회 이상이라는 정량 기준을 충족하고도 정성적 평가에서 반려된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심의위원 명단과 판단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작가 스스로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 반려가 만들어내는 악순환

미술 작가에게 예술활동증명 반려가 단순히 '한 번의 탈락'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반려는 복합적이고 연쇄적인 결과를 낳는다.

예술활동증명 반려

→ 창작준비금·지자체 지원 신청 불가

→ 전시 비용 자비 부담 → 개인전 포기

→ 전시 이력 단절 → 재신청 증빙 불가

→ 다시 반려 (악순환 반복)

"사비로는 감당하기 힘든 전시 비용 때문에 미술 전시 경력이 끊긴 지 1년째입니다. 그것 때문에 전시할 곳이 없어 방치된 그림만 생겨났습니다." - 미술·시각예술 분야 | 응답 #65 (2026 국회 토론회 자료집)

토론회 현장사진 (출처: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토론회 현장사진 (출처: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 현장 작가들이 전하는 실질적 조언

이번 사례 수집 과정에서 수차례 반려 후 최종 인증에 성공한 작가들은 다음과 같은 조건이 실질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공식 기준이 아닌 현장 경험에서 도출된 참고 정보다.

✔ 갤러리는 전시 전문 공간임이 확인 가능해야 유리 (홈페이지·보도자료 첨부 권장)

✔ 전시 포스터·확인서·계약서의 기간·장소·이름이 완전히 일치해야 함

✔ 본명과 작가명 모두 사용 시, 동일인 확인 서류(주민등록증 사본 등) 병행 제출

✔ 아트페어 참여 이력은 실적 합산에 유리하게 작용

✔ 대학 미술 전공 이력은 정성 심사 시 참고 자료로 활용 가능

✔ 전시 기간 변동 시, 수정된 일정을 반영한 확인서를 반드시 재발급받아 제출

✔ 신진예술인 경로 : 최근 2년 이내 개인전 또는 기획전 1회 이상으로 먼저 시도

※ 위 내용은 현장 작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참고 정보이며, 공식 기준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02-3668-0200) 확인을 권장합니다.

한국작가후원연대 인스타그램 의견 수렴 화면 캡쳐 (출처: 인스타그램 <a href=@iartnoori)" class="img-tag "/>
한국작가후원연대 인스타그램 의견 수렴 화면 캡쳐 (출처: 인스타그램 @iartnoori)


◆ 한국작가후원연대(KASC)의 입장

한국작가후원연대 이상민 이사장은 이번 미술계 사례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예술활동증명 제도가 미술 작가들에게 이처럼 가혹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갤러리 정체성 심사, 작가명 불일치, 서류 날짜 한 줄의 차이로 반려되는 사례들은 제도가 작가의 창작 활동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창작 의지를 꺾는 장벽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KASC는 미술 분야 특수성을 반영한 심사 기준 수립, 갤러리 인정 범위 확대, 협업 실적 1/n 산정 폐지를 우선 개선 과제로 요구합니다. 서류가 아닌 예술가의 삶과 창작을 바라보는 제도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 이상민 이사장 ·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이번 국회 토론회에서 예술활동증명TF가 수집한 190명의 불인정 사례 중 미술·시각예술 분야는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그러나 KASC가 추가로 수집한 현장 목소리는 통계 뒤에 있는 각각의 이름 없는 피해들을 구체적으로 증언한다.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국회 토론회를 계기로 본격화된 만큼, 미술계의 현실이 더 이상 통계로만 남지 않고 실질적인 기준 개편으로 이어지기를 한국작가후원연대는 촉구한다.

◆ 재단의 개선 계획과 남은 과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기획조정팀장 김가진 씨는 이날 운영 현황과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재단은 문체부 제도개편 TF를 통해 기준 개편과 심의 기간 단축 방안을 모색 중이며(3~6월), 제도 개선 연구용역을 5월부터 착수할 예정이다. 또한 노후화된 심사 시스템의 차세대 전면 개편을 추진하여 2027년 신규 시스템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더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예술활동증명TF가 제시한 로드맵은 결과 중심의 증명에서 과정 중심의 심사로, 3~6개월의 심사 기간에서 1개월 이내로, 일방 통보에서 쌍방 대화 구조로의 전환을 핵심 축으로 삼는다. 특히 긴급 생계 상황에서의 선(先)구제-후(後)검증 방식 도입은 제도의 철학 자체를 복지 본래의 취지로 되돌리는 작업이다.

◆ 예술가의 실존을 제도가 담아낼 수 있을까

2011년 고(故) 최고은 작가의 비극을 계기로 탄생한 예술인복지법과 예술활동증명제도는, 시행 14년이 지난 지금 그 초심을 다시 묻고 있다. 제도는 예술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현장에서는 '행정적 장애물'로 변질되었다는 탄식이 깊어진다.

예술활동증명TF 유림 씨가 작성한 이날 토론회의 마지막 슬라이드에 담긴 문장은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서류가 아닌 예술가의 삶을 함께 바라봐 주십시오.' 이 단순한 요청이 정책으로 실현되는 날, 예술활동증명은 비로소 그 본래의 이름값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예술활동증명TF에서는 문체부에 제출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누군가는 애쓰며 변화를 모색하는 일에 모두가 한 마음으로 동참해야할 때다.

예술활동증명TF 인스타그램 @artistsnoneedidentification

이상민 | 수석전문위원 · 미술인문학자
한국작가후원연대(KASC) 이사장 · 통섭미술 비평가



0 Comments
Category
State 방문자
  • 현재 접속자 0 명
  • 오늘 방문자 766 명
  • 어제 방문자 678 명
  • 최대 방문자 2,191 명
  • 전체 방문자 13,242 명
  • 전체 게시물 143 개
  • 전체 댓글수 1 개
  • 전체 회원수 15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